란유 - 란위: 지워지지 않는 기억, 끝나지 않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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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위: 지워지지 않는 기억, 끝나지 않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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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누군가에게전하는 건너무 힘든 일이다. 가끔은 정말 감명깊게 본 드라마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리뷰를 단 한 줄도 쓸 수 없을 때가 있다. 머리 속은 그것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지만, 막상 감상을 글로 옮기려 하면 생각의 타래가 마구잡이로 뒤엉켜 이것을 풀어낼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서이다. 그래서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하기만 한 작품들이 있다. 그런 작품들 중에 하나가바로 이 란위이다. 란위를 알게 된 건 06년도 즈음이었다. 당시이웃 언니도 이 영화를 보고 리뷰를 남겼었고, 왠만한 동네에서 은근히 회자되던 영화였기 때문에나도 이걸 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감독으로 손꼽는 관금붕 감독의 영화라는 점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하지만 영화는 솔직하게 말해서 초반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편집은 친절하지 못해서 장면의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했고, 여러모로 연출이 투박하고 불친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관금붕의 영화는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란위는 그렇지 않아서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게다가 플롯은 심하게 관습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어쩔 수 없이 몸을 팔게 된 순수하고감성적인남자와 단순히 쾌락을 위해 그 남자를 돈으로 산, 적당히 때가 묻은 속물적인 능력남이라는 조합은 BL물에서 꽤나 흔한 설정이었고, 이런 이야기들은 결국 세상 알만큼 아는속물적인 남자가 어느새 진짜 사랑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로 귀결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로맨스 소설에서조차 반복되는 이야기이니 더더욱 식상함을 느꼈다. ) 그런데묘하기도 하지. 영화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점점 영화에 몰입하고 있는 나 자신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동과 란위 사이에 오가는세밀한 감정이 한 순간의 눈빛에, 옅은 한숨에,찰나의 몸짓에 담겨질 때, 그리고 카메라가 그러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지극히 섬세하게 포착해 낼 때, 이 흔하디 흔한 이야기에 진정성이라는 힘이 생기더란 말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다소 거칠고 투박해보이던 영화의 질감은 오히려란위와 한동의이야기에 강한사실성을 불어 넣어주는 힘으로작용하는 것만 같았고,장면과 장면사이툭툭 끊어지는 편집으로 인한 찰나의 암전은 어떤 여백의 미처럼 느껴지기에 이르렀다.그리고 호군과 유엽은 어느새 한동과 란위가 되어 마치 현실 속의 인물인 것처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리하여 그 순간부터 란위는 나의 특별한 영화가 되었다. 때문에, 란위의 죽음 이후 홀로 남은 한동이 그의 기억을 떨치지 못한 것처럼, 영화를 본 후, 아주 오랫동안 나는 그들에 대한 기억을, 그리고 이 알싸하고 먹먹한 여운을 떨쳐 버리지 못했다.그 덕분(?)에 란위에 대한 리뷰를 쓰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리뷰를 쓰기 위해란위를 떠올리면 그 청명하던눈이 떠올랐고 한동의 품에서 란위가 토해내던 그 울음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한동을 생각하면 굳게 입을 다물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꾹억누르던그의 무거운표정이 아른거려서 마음이 무거웠다.그러면그때부터 온갖 생각들이 뒤엉키기 시작해서아무것도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이렇게라도 포스팅을 하는건, 나로서는꽤 대단한 발전이라 할 만하다. 하여튼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글재주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내가 나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이것을 이해시키고 공감시키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글로 이 감정들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은 욕망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는다.그래서 이렇게 내 머리속을 헤집어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생각의 타래를 풀어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이런 수고를 기꺼이 감수 하는 것은 아마도란위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한,언제까지나되새김질할 수 밖에 없는, 이 끝나지 않는 먹먹함 때문이리라. 2.난 깨달았어. 너와 나는 서로 운명이라는 것을..by 한동
란위와 한동의 첫만남은, 돈이 필요한 란위와 돈을 주고 남자를 사서 하룻밤의 유희를 즐기는 한동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을 뿐, 특별한 운명이라 할 수 없는 그렇고 그런 만남에 불과했다.란위도 한동도 그 첫날 밤이 특별한 인연의 전초가 되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하룻밤으로 모든 인연이 끝날 것이라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룻밤의 인연은 란위의 순진한 마음에 뜨거운 흔적을 남겨 놓았고, 한동에게도 이전의 유희와는 다른 그 무언가를 남겨 놓았었나 보다.


오랜만이네 잘지냈어?

4개월만이네요. 어제로 4개월이었어요. 그들의 두번째 만남에서 란위는 그 날밤으로 부터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정확하게 이야기하면서 그 자신이 얼마나 그 날의 인연을 곱씹고 또 곱씹었는지 여실히 드러낸다. 그리고 한동은 그런 란위를 보며 반가워하는 한편, 또 다른 만남을 은근슬쩍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애초에 한동은 란위를 우연히라도 만나기 위해 그 곳을 지나쳤던게 아닐까.) 그러니까 그 날의 특별하지도 않고 어쩌면 너무나도 세속적이었던 그 만남이 두 사람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을 남겨두었던게 분명하다.그래서 란위와 한동은 그 날로부터 4개월만에 두 사람의 특별하고 은밀한 인연을 이어나간다.

학교에 있는 여자애들보다 당신이 더 좋아요. 만남이 길어지면서 지나치게 순수한 란위의 마음은 속절없이 한동에게로 흘러간다. 그는자신의 마음을 부정하기는 커녕 오히려 너무나도 말간 얼굴로, 자신이 지금고백아닌 고백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듯 천진하게자신의 마음을한동에게 이야기한다.하지만 한동은 달랐다. 그는 스스로를 가끔 흥미로 남자를 가까이 할 뿐이지 지극히 평범한 남자라 생각했고 란위가 가끔 사랑스럽긴 해도 그와의 관계를 자신이 특별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믿었다. 그래서 천진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란위에게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려주며선을 긋는다.

우리가 서로 즐거울 동안만 만나면 되는거야. 더이상 그렇지 않을 때 우리는 헤어지는거야. 두사람이 서로에 대해 너무 많은걸 알게 되면 만남은 더이상 지속될 수없을거야. 그러면 헤어지게 되는거지. 그리고 자신이다른 남자를 만나도, 그것을 목격한란위가 상처를 받아 그 말간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버려도 이것은 자신이 말한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란위의 잘못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한다.하지만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진 그광장에 란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한동의 합리화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사람들의 피가광장에 흘러 넘치던그밤, 란위를 향한 걱정으로 불안해 하던 끝에 정신없이 그를 보기 위해 달려가 결국 안전하게 돌아온 란위를 으스러지게 끌어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리고 그날 밤 밤새도록 비명같은 울음소리를 토해내는 란위를 보듬으면서, 한동은 이전에그가 란위에게 말했던 것들이 실은스스로를 향한 거짓말이었음을 깨닫는다. 이후,두 사람의 관계는 이전과 달라진다. 한동은 란위를 향한 마음을 더이상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은 인정할 수 있어도 세상의 관습을 뛰어넘기에는, 한동은 너무 속물적인 사람이었다.그래서 한동은 곧 란위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한 여자와의 결혼을 선택한다. 그는 애초에 자신을 주류에 속하는 사람이고 당연히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믿어왔기 때문에 쉽게 그 생각을 바꿀 수 없었던 것이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이것은 한동이 스스로를 또 다시 합리화하기 위해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세상의 시선을 뛰어넘는 것 따위는 사실 문제가 아니었다. 한동에게 진정으로 어려운 숙제는 란위 그 자체였다.한동은, 그를 특별한 운명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상대로 여기며 흔들림이나 고민도 없이, 세상의 더러움따위는 하나도 묻어있지 않는 티 하나 없이 맑은 눈으로 직시하는 란위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는 이미 그런 순수함을 손에 쥐는 대가로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야 할지 알만큼, 세상을 겪을대로 겪은남자이다. 그런 그가 란위의 순수함을 직시할 수 있을리 없다. 때문에 한동은 란위의 청명한 눈과 마주하느니, 차라리 비겁하지만 란위를 버리는 길을 선택한다.그러나 한동이 도피하듯 해치워버린 그의 결혼생활은, 허무하게 끝이 난다. 결국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란위의 옆일 수 밖에 없다는 걸, 한동은 란위를 떠나 보내고 결혼과 이혼을 겪은 이후에야 비로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그리하여 마침내한동은 다시 한번 란위와 재회한다.

내가 왜 그때 널 보냈을까. 이전의한동은 진실된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란위에게 많은 상처를 입혔고, 자신의 마음에서 달아나고자 마음이 가리키는 곳과는 다른 길로 걸어갔다. 그러나 그 자신이 선택한 길이 어디로 향하든, 그 끝은 란위에게 닿아있음을 비로소 깨달은 한동은 예전과 달라졌다.그제서야 그는 란위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받아 들이고,란위를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듯 으스러지게 끌어안는다. 오랜 방황끝에 마침내 란위의 옆으로 돌아온 한동은 마침내 진짜 사랑을 시작한다.그러나한동이 그렇게 사랑을 시작한 순간,란위는 허망하게 그의 곁을 떠난다.결국 한동에게 남은 것은 란위에 대한 기억과 그를 사랑하는 마음뿐.그렇게 오랜 시간 돌고 돌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한동의 사랑은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만다.하지만 란위를 사랑했던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한동의 사랑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그를 언제까지나 외롭고 고통스럽게 만들지라도.

알고있어? 그때나 지금이나 베이징은 달라진게 없어. 여기저기 빌딩이 세워지고 있고.

네가 떠난 그곳에서 난 늘 멈춰서게 돼.

그래도 이젠 괴롭지 않아. 너는 언제나 여기에 내 옆에 있을테니까. 3. 이것은 한동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영화, 초반부가 꽤나 파격적이고 충격적이다. 차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보는 순간 주변에 뻔히 사람이 없다는걸 알면서도 행여나 누가 방문이라도 벌컥 열고 들어오지나 않을까 불안에 떨게 만드는 그런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정말이지 유엽의그런.그런것까지는보고 싶지 않았다고 해야 될까.;; 하여튼 꽤나 데미지가 큰 장면이었다. . 이장면을 넣은건충격요법으로 사람의 혼을 빼놓은 후, 잡생각이 들기 전에 한동과 란위의 사랑이야기로 몰입하도록 만들기 위한 술수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 영화가남자와 남자의 사랑을 다루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시작하기 위해 초반부에 그런 장면을 넣었을지도 모르겠다.어느쪽이든 간에 신기한 것은초반의 충격에도불구하고어느새이 영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는아무래도 우선, 두 배우의 연기력에 기인하다 할 수 있다. 유엽은그처연한 표정과 수많은 말이 담겨 있는듯한청명한 눈빛, 애처로워보이는 어깨, 그리고섬세한 감성으로 사람들의 연민과 애정을 자아내고, 호군은감정을 꾹꾹 억누르는 굳은표정과 란위를 향한깊은 눈빛, 그를 떠나 보낸 후 뻣뻣하게 굳어 버린것만 같은어깨, 그리고 란위를 다시 만난 후으스러지게 그를 끌어안던강인한 손을 통해한동의 감정 속으로 사람들의 마음을이끈다.

그런데 사실 란위를 맡은 배우, 유엽은빈말로라도 이쁘장하다 말하기 힘든 외모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미소년지련의오언조나 우리나라 퀴어영화 후회하지 않아의 커플등을 떠올려 봤을때, 유엽은 전혀 이런 퀴어물에서, 그것도 란위같은 역할에 어울리지 않을것만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 더 심하게 말하자면 어디서 피죽 한그릇도 얻어먹지 못했을 것만 같아 연민을 느낄 순 있을지언정아련하고 애틋한 분위기를 자아내야 할캐릭터에는 미스캐스팅이라 할만한 외모가 아닐까.;;;;(유공자 좋아하거든요~!!!ㅋㅋ) 하지만어느 순간부터 영화속유엽의 란위에게서 맑은 물같고 깨끗한 거울같은 정결함을 느끼게 되면서 그가 얼마나 투명하고 아름다운지를 깨닫게 된다. 란위의 청명한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의 눈빛은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그리고 그 눈에 신뢰와 애정을 담뿍 담아 천진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때에는 란위가 더없이 애틋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그 눈이 상처로 인해 어두워질 때에는 마치 내가 그를 상처입히기라도 한 것 처럼 죄책감마저느껴져 란위를 향한 애처로움과 안타까움이 뭉클뭉클 솟아난다. 한마디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란위 그 자체이다. 때문에 유엽의 연기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도대체가 신인 주제에 이런 감성을 지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정말이지 영화 속의유엽은 그야말로마력적이다.

한편 한동은 어떠했느냐하면

이 남자, 따지고보면 나쁜 남자의 전형이다. 란위의 순수함을 몇번이나 기만하고 상처입히면서도 자신은 어쩔 수 없었노라 합리화하는 남자를 어떻게 좋은 남자라 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군의 한동은 미워하기 힘들다. 물론 호군이니까무조건 좋은것도 있지만(조미가 나왔던 화목란에서 일말의 여지도 없는 잔악무도한 캐릭으로 나왔음에도 아 호군이다~탄성을 지르며 보고 있었으니 뭐) 란위를 상처입힌자신을 정당화하면서도 감정의 동요를 숨기지 못할 때, 그리고 어느순간 그를 향한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란위를사무치게 끌어 안을 때, 그한순간 한동의 마음 깊숙이감추어져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가장 순수한 진심이날 것 그대로, 그 자신도 모르게 불쑥 튀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드러난, 란위를 향한 한동의 진심은 금방이라도 손을 대면 데일 것처럼, 지독히도 뜨겁다. 그 뜨거움에 차마 이 남자를 온전히미워하기 힘든 것이다. (한편으로는 나도 이제는 한동같은 남자가 그러한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란위를 사랑하는 것과 란위에게 사랑받는 것, 그 두가지에 대해 한동이 가졌던 두려움을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호군은 특유의 남성적인 분위기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이러한 한동의모습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란위를 향한 눈빛부터 시작해서 천안문광장에 있을 란위를 생각하던 장면에서의 그 심란한 뒷덜미에 이르기까지 거의 온 몸으로 한동의 감정을 표현한다. 매번 호군이 연기하는 것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남자는 천상 남자같은 생김새에 연기의 결이 거친 것 같으면서도 감정 표현은 의외로 섬세하다. 유엽의 섬세함과는 분명 그 결이 다르지만 말이다.(덧붙이자면 나는호군이 교봉이나 항우같이 영웅들을 연기할 때보다는 이렇게 적당히 속물적인 느낌이 나는 남성미를 보여줄 때 더 매력을 느낀다.; -물론 그렇다고 교봉이나 항우에서 별로였다는 말이 아님.) 그런데한동을 미워하지 못하고 란위를 사랑스럽다 느끼는 것은 비단 호군과 유엽의연기때문만은 아니다. 영화는 한동의 시선을 따라간다.그로 인해란위와 떨어져 있을 때의 한동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 수 있는 반면,란위가 한동의 시선을 벗어나게 되면 누구도 그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무엇을 보고 겪었는지알 수 없다. 즉 란위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동의 시선안에서만 존재한다. 그래서 오직 그가 한동의 시선 안에 놓여있을 때에만 한동의 시선에 비추어지는란위의 표정과 말, 행동으로어렴풋하게나마 그의 감정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관객은 한동의 감정선을 따라 란위를 바라보게된다. 천안문 사태를목도한 란위가 한동의 품에 안겨울음을 쏟아내던장면이 대표적인 예이다.

란위는 분명비극이 벌어진 광장에 있었음이 분명한데, 그가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겪었는지제대로 알 수 없다.보여지는 것은그 광장에서 미처 지르지 못한 비명을 질러대듯 밤새도록 소리내어 우는 란위의 모습뿐이다.우리가 보는 란위의 모습이 한동이 보는 란위의 모습이다. 그날 밤의 한동도, 살갗을 에이는 것처럼 아프게 느껴지는란위의 울음소리를 통해서 그가 겪었을끔찍한 광경을 어림짐작할 수 밖에없다.다시 말해 그는란위의 고통을 완전히 공유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보는 이들 역시 란위의 아픔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 카메라는 그날 밤 그 순간을오로지 한동의 시선으로 담아내기 때문이다.그런데 바로 이러한 점때문에란위가 겪었을 고통과 상처에 대해 구구절절한 설명을 듣는것보다, 울음을 토해내는 란위를 바라보는 것이 오히려 더 끔찍한 아픔으로 와닿는다.이는란위가 고통스러워 하는데도 그를그렇게 만든상처를공유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줄 수도 없는 상황, 그 자체에더 큰 아픔을 느끼는 한동에게 감정을 이입하기때문이다.(그나저나 저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6월 4일 4시 30분이라는 앵커(?)의 말은 꽤나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천안문광장에 피가 흘렀던 바로 그 시간이기 때문이다. 저 시간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일까..) 이 외에도 많은 장면에서 카메라는 한동의 시선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고, 그때마다 그시선에 담겨 있는 란위는 실제의 란위보다 더 순전하고 처연하여 더없이 애틋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그래서한동이 란위에게 아무리 상처를 준다 하여도 차마 그를 미워할 수없고, 란위에게는 더 애처로움과 연민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영화는 란위와 한동, 두 사람의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더정확하게 말하자면어떻게 란위를 만나게 되었고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는지,그리고사랑하는 그를 잃어버린 후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야기하는, 죽은 란위를 향한 한동의 절절한 고백이며, 란위에 대한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를 향한 자신의 사랑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 말하는한동의애틋한연서이다.따라서 한동의이 고백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가 그랬던 것처럼오랫동안 란위의 잔상을 떨쳐 버리지 못할 것이다. 한동의 절절한 마음에 동화되어 란위를 사랑하게 될 수 있으니 말이다.그리고 그렇게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동성간의 사랑이라는 성별에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두번 다시 없을 것만 같은안타까운 사랑,그 자체에몰입하게 될 것이다.그러니까 분명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났을 때에는초반의거부감이 사라질 것이라 자신한다. 그래서 바라건대, 사람들이 이 영화를편견없이 보아주길 바란다. 이것은남자가 남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한동이 란위를 만나 사랑하게 되는이야기일 뿐이다. 4. 마치며 중얼중얼. 아진짜 힘들다. 주절주절 적어 놓았지만 결국 만족스럽게 쓰질 못했다. 마무리는 엉망이고, 내용은 중구난방. 과연 내가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이런 것이었나.싶어 짜증도 난다. 하지만 절대로 이것 이상으로 포스팅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것도 잘 안다.이것은 내 만족일 뿐이다. 누구를 보여주고 아니고를 떠나서 내 머리에 오랫동안 담겨있던 생각들을 포스팅을 하면서털어내기 위해서 쓰는 것이다. 해묵은 숙제를 하는 기분이 이런걸까. 만족하든 아니든 이렇게 쓰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것도 사실이니까. 아 모르겠다. 한참 호군에게 버닝중인 이 때가 아니면 다신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장장 일주일 내내 짬을 내어 써왔는데, 더이상은 못하겠다.!! 오랫동안 포스팅을 하지 못하고 끌고 왔던 란위와 이제 정말 끝내고 싶다.!! 싫어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다시 볼 때마다 할 말이 있는데 목이 콱 막혀서 아무 말도 못하는 듯한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렇게라도 마무리를 지으면 한결 개운한 마음으로 영화를 다시 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정말로 끝이다. 안녕 란위, 잘가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정말 란위를 볼 때마다 호군에게 꽉 끌어안기는 유엽이 부럽다. 유도나 안이헌, 원영의, 유가령, 이가흔, 양공여 등등 수많은 여인네들이 저 품을 거쳐갔지만서도 그 여인네들보다도 유엽이 제일 부럽다니 참 이걸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유엽이 이 소리를 듣는다면(들을 수도 없겠지만) 기겁하겠지?ㅋㅋ 아 그리고 진짜 마지막으로 하나 더. 요새 호군에게 버닝하는게 심상치 않다. 정도의 차이일뿐 이 오라방을 좋아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분명히 천룡팔부나 와신상담, 주원장등 드라마를 보고 나서는 열렬하게 좋아라 했었다고 기억하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증세가 더 심각한듯. 뭘 봤다고 이러냐고요. 참나 ㅋㅋ 이 뜬금없는 버닝을 어쩜 좋을꼬. 뭐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적이 한두번은 아니라서 새삼스럽진 않지만;;;; 옥나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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