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 그 땐 몰랐지..[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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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땐 몰랐지..[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감독 안재훈, 한혜진 출연 장광, 남상일, 박영재, 이종혁, 엄상현, 기영도, 이인성 개봉 2014 대한민국 평점 리뷰보기

한국 현대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생각을 하다니..그 아이디어가 기특하고도 깜찍?하여서 음악회를 포기하고 선택한 만화영화^^학창시절, 책 속에서 행간으로 느껴지던 어렴풋한 이미지가 구체적인 형상과 목소리, 감정으로 노크하는 느낌은 어떨지..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다시 대하는 이 소설들은 예전과 또 어떻게 다르게 다가올지..살다가 뭔가 일이 너무 잘 풀린다 싶으면 불현듯현진건님의 운수 좋은 날이 생각나 잠깐이지만 기우에 가슴 졸이기도 했을 만큼두고두고 생각나는 감정기억의 저장고에 남겨진걸 보면어릴 적이었지만이 소설은 내게 나름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책 내용이야 밑줄 그어가며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며 여기에서 메밀이 상징하는 바, 운수가 말하는 속 뜻은 무엇인가? 등등 여러가지 형태의 시험 문제들로 오히려 더 익숙해져문학작품이라는 것 자체로 오롯이 우리들 앞에 다가올 기회는 없었던 소설들.작가의 숨겨진 의도를 굳이 외우지 않고 밑줄치지 않아도 되는 지금.시험과 교우관계가 세상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그 시절이 오히려 이제는돌아가고픈 편안한? 시절이 되어 버린 지금.우리의 그런 모든 배경지식과 변화된 현실 속에서 나는 이 세 편의 영화 앞에 앉았다.

메밀꽃 필 무렵처음 소설이 발간 될 당시는 모밀꽃 필 무렵이었다는 자막 해설과 함께 작가의 이름이 맨 왼쪽 하단에 보여진다.이.효.석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메밀꽃이 이토록 애틋하고 몽환적일 수 있을까 싶을 만큼다른 무엇보다도 메밀꽃밭의 느낌은 참으로 각별했다.실제 메밀꽃밭을 찾아가보기도 하고 그 안에서 사진도 찍으면서와~진짜 이쁘다! 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했었지만영화 속 메밀밭은 그저 이쁜 꽃밭이 아니라 서러움과 애틋함이 피어오르는인생의여정이라는 시간을 공간적으로 이미지화시킨 것 같았다.설레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고 때론 고통스럽기도 하고 그리운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하고그 모든 것을 메밀꽃밭은 조용히 끌어안고 하얗게 웃고만 있었다.이 소설이 이처럼 처연하고 아픈 느낌이었던가?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그런 느낌을 느낄 만큼의 여유조차 없는 입시생이었기 때문이었는지아니면 이만큼 더 세상을 살아온 나만의 배경지식이 더해져서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감독은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제 봉평의 느낌을 좀더 살리고자 그곳을 여러차례 방문하고 자료들을 모으고 작업에 임했다고 하는데장터라든가 인물들에 대한 묘사는 특별함은 없었지만배경 하나만으로도 그 모든 것을 아우르기에 차고도 넘쳤다.달빛을 배경으로허생원이 하던 말이 서럽고도 아리다.옛 처녀를 만나면 모를까.나는 거꾸러질 때까지 이 길을 걸을테야. 저 달을 볼테야..

봄봄왜 하필 이 소설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유일한 작품.많은 현대 문학중에서 왜 이 작품을 뽑았을까?오히려 황순원님의 소나기 정도가 더 와닿지 않았을까?나름 이런저런 의문점이 들었던 작품.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황순원님의 소나기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조율이 되지 않아 영화화할 수 없었다고 한다.아쉬움이 남는다.그렇지만 만약 이 영화가 내수용이 아닌 해외 홍보, 혹은 수출용으로 사용된다면가장 한국적인 느낌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호평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작품 자체를 떠나 작품을 판소리 형태와 흥겨운 한국적 가락으로 전개해 나간 기법이 아주 신선하고 좋았다.영화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아이쿠~ 저런~ 하는 추임새를 넣고 싶어지게 만들었으니^^봄봄이란 제목만큼이나 화사하고 밝게 그리고명랑 만화의 덩치크고 맘씨 좋은, 약간은 바보스러운주인공과 비슷한 모습을 한..그러나 참으로 귀여운 캐릭터.아주 잠깐이지만 점순이의 섹시한 목소리 ㅋㅋ유쾌했다.따지고보면 참 서글픈 인생 중 하나지만젊기에..그리고 희망(점순이와의 혼례)이 있고그 희망을 은밀히 공유하고 있는 특별한 한 사람이 있기에그것만으로도 매일 반복되는 힘든 노동도, 일상도..거뜬히, 즐겁게, 때론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리라.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멀지 않은 미래에 약속된 찬란한 희망 하나만 있다면팍팍하고 더러운 세상도 눈 딱 감고 제법 즐겁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나?희망이 절실하게 필요한 세상. 거기서 살고 있는 나는영화 속 바보스러운 주인공이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운수 좋은 날죽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알 수 없는 막연한 두려움때문이었는지인생에 대한 다소 나름적인 염세적인 시각이 있었는지(그 당시의 소녀들에게는 한번쯤 사치처럼 홍역처럼 느껴봤을 그것)이 소설에 대한 임팩은처음 읽었을 때보다 두고두고 살면서 더 오래도록 영향을 끼쳤다.소설 자체에 대한 기억보다일이 잘 풀릴 때의 묘한 두려움.사실 소설을 제대로 알고 보면 그런 두려움은 이 소설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음에도 내게 각인된 이미지는 오랫동안 그 한 가지였던 것 같다.

영화는 다른 두 편과 다르게 색체도 어둡고 만화적 기법도 많이 달랐다.당시의 거리를 때론 사진인가 싶을 만큼 섬세하게 묘사하기도 했고.영화 내내 깔리는 OST도 장단을 맞춰? 영화를 힘껏 암울한 톤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지금도 사는 게 힘들다고들 하는데88만원 세대니 실업률이니 그로 인한 우울증, 자살많은 뉴스들을 보면서 나 역시 한숨을 쉬곤 했었는데운수 좋은 날을 보고 있으려니지금의 우리는 매일매일을 운수 좋은 날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졌다.

친구와 앉아서 추어탕 한 그릇에 막걸리를 실컷 먹을 수 있고집에 있는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 사 줄수 있을 만큼만 된다면살면서 제법 운수가 대통한 날이 되는 그 시대, 그 사람들.물론 시대가 다른데 무슨 당치 않은 비유냐고 탓할 이도 있겠지만지금의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있어서, 누리고 있어서, 그리고 누리고 싶어서운수 좋은 날을 살면서도 더럽게 운수 없는 인생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닐까?나 자신부터 반성해 본다.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가슴 아파서다 아는 내용이지만 영상으로 보니 더욱 처연해져서 한참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노래가 흘러나온다.이은상님의 가곡 그 집앞이다.오가며 그 집앞을 지나노라면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오히려 눈에 뛸까 다시 걸어도되오면 그 자리에 서졌습니다.관객들이 모두 자리를 뜬 뒤에도 나는 끝까지 남아 노래를 따라 불렀다.그리고 집으로 오는동안에도 나는계속 노래를 흥얼거렸다.이 영화들과 그 집앞의 상관관계는 정확히 모르겠지만영화도, 노래도좋아서, 먹먹해서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여전히 그 집앞을 흥얼거리고 있다.

C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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