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 명량에 등장하는 손자병법

작성자 정보

  • 명량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명량에 등장하는 손자병법
명량

어제, 학교 일처리가 끝나긴 했으나 여전히 찜찜한 게 남아 있는 구석이 있었다. 그럼에도 가족 모임에 꼭 참여하라는 엄마와 누나의 성화에 결국 보게 된 영화 명량. 허나 솔직히 처음에는 좀 졸렸다. 물론 전투 씬으로 영화의 대부분을 도배해버리면 그것 또한 지루하기 짝이 없었을 테지만, 내가 좋아하는 부수고 파괴하고 내동댕이치고 폭발하는 그런 장면이 빨리 나오지 않는 건 확실히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었다. 딱 두 단어(사기 증진)로 요약할 수 있는 내용을 처음 2~30분 동안 끌었으니 안 그래도 화장실 가고 싶은데 도대체 언제 끊고 나가야할 지 고민스러웠다. 그럼에도 영화가 참 잘 만들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영화가 영웅 이순신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멸의 이순신을 비롯, 최근 영화나 드라마계에서 등장하는 이순신(뿐만 아니라 사극 인물들)은 대개 인간적인 면모가 강하다. 누구보다 강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끊임없이 고뇌하는 인간. 물론 시청자는 인간이기에 그런 모습을 더 선호하는 건 사실이지만 거의 모든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렇게 다루니 시청자들은 또한 한편으로는 무지막지하게 강한 영웅을 동경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영화 군도가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어쨌든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다는 점이나 명량이 흥행일보를 거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다. 영화를 보면서 참 여러가지 글의 주제가 떠올랐다. 명량에 등장하는 대립 구도를 바탕으로 안중근 의사의 뮤지컬 영웅과의 비교를 해볼까? 이래저래 허세끼 가득한 글을 상상했으나 모든 글의 아이템이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고 영화가 끝날 무렵이 되자 거짓말처럼 머리에서 사라져버렸다. 결국 남은 건 영화 명량의 주제와 이순신의 명언, 아직도 살기를 바라는 자가 있다니 통탄할 노릇이구나! (여담이지만 이 명언은 참 소름 돋는 멋있는 말이지만 동시에 좋은 패러디를 양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도 먹기를 바라는 자가 있다니 통탄할 노릇이구나!) 그래서 준비해봤다. 다른 건 다 제쳐놓고, 영화의 스토리만으로도 쓸 수 있는 글의 주제. 두 달 전에 읽었던 책 손자병법과 영화 명량 엮어읽기가 바로 그 주제다.제1편: 계무릇 계획은 중요하다. 글에 있어서도 기획서를 씀과 쓰지 않음은 큰 차이를 불러 일으킨다. 이는 전쟁을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다. 손자병법에 등장하는 첫 번째 병법 역시 바로 계획부터 설명한다. 이 중에서 명량에 등장하는 병법은 바로 오서와 승산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이다. 오서란 전쟁 전에 가늠해야할 다섯 가지를 가리키는데 도, 천, 지, 장, 법이 바로 그것이다. 도는 백성과 윗사람이 함께 함을 이르며 천이란 추위와 더위, 계절의 변화를 가리키고 지는 지형, 장이란 지혜와 믿음, 어짊, 용기, 엄격함을 가리킨다. 마지막으로 법은 군대편제와 법도를 가리킨다. 명량을 본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명량이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두 번째 이유이자 굳이 병법과 관련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120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손자병법의 핵심을 모두 담았기 때문이다(역으로 생각하면 명량 해전에서 보여준 이순신 장군의 역량이그만큼대단했음을 말해준다). 영화에서 승리의 핵심을 용기와 민심(民心)으로 꼽았던 것은 오서의 도와 장을 역설했음을 말해주는데 실제로 손자병법에서도 도와 장은 사람과 관계되어 있으므로 가장 고려해야할 대상으로 여긴다. 한편 이순신이 친히 지형을 살펴보고 길잡이를 통해 날씨와 조류 변화 등을 깊이 살핀 것은 역시 오서의 천지와 통한다.

손자병법에서도 가장 부각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도와 장이다. 영화 역시 이를 크게 부각시켰다.한편 영화에서 쉽게 놓치고 갈 수 있는 병법이 바로 승산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이다. 물론 대부분의 병사는 이순신 장군이 이 병법과 반대로 간다고 생각했을 터이다. 12척의 배로 300척의 배를 막는다니, 이거야말로 승산이 없는 싸움이지 않는가? 차라리 배를 버리고 권율의 부대에 합류하는 게 1퍼센트라도 승산이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순신의 생각은 달랐다. 영화의 카피는 이순신의 이러한 생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바다를 버리는 것은 조선을 버리는 것이다. 그는 바다를 버리면 애초에 조선에 더 이상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 미시적으로 보면 당장은 육지에서 고니시의 부대와 싸우는 게 조금 더 유리할 지 몰라도 수로를 통해 한양으로 쳐들어간 왜군은 무슨 수로 막겠는가? 그러다 만약 한양이 또 함락하기라도 하면, 부대의 사기나 민심은 어떻게 할 텐가? 이순신은 바로 이런 점을 꿰뚫어보았다. 수로를 지키지 않으면 앞으로 조선에는 승산이 없다. 당장 권율의 부대나 자신의 부대에는 승산이 있을 지 몰라도 조선 전체에는 승산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넓게 보자면 이순신은 승산 없는 싸움을 한 게 아니라 승산 없는 싸움을 피하기 위해 조금이나마 더 승산이 있는 싸움을 택한 것이다. 물론, 조금이나마 더 승산이 있다는 말도 어떻게 보면 거짓말이다. 그는 지형과 물의 움직임을 철저히 살펴 명량해전에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을 터이다. 그것은 명량 해전 이전까지의 이순신의 행보를 보면 답이 나온다. 그는 최대한 승산 없는 싸움은 자제하고 적은 불리한 곳에, 아군은 유리한 곳에 위치한 뒤에야 비로소 전투를 개시했다(삼국지의 제갈공명의 전략과 상통한다). 이러한 이순신과 전혀 반대의 움직임을 보인 인물이 바로 원균으로, 영화에서도 언급되지만 그는 성급하게 전투를 벌였다가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하고 이순신에게 12척의 똥을 준() 장본인이다.제5편: 세손자병법에 등장하는 세는 형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형이 공격과 수비의 형태, 즉 진법이나 부대진형의 성격이 강하다면 세는 정신적인 성격이 강하다.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전술과 전략, 부대의 사기 등을 이른다고 할 수 있는데 영화에서는 이순신이 대장선을 앞으로 배치한 전술이 바로 그것이다. 병법서에 다섯 번째로 등장하는 이 병법은 주로 허실과 기정1에 관해 설명한다.대장선이 앞에서 싸우는 것은 미친 짓이다. 당장 대장이 죽으면 부대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아마 다들 학창시절에 담임 선생님이 나간 뒤의 반의 모습을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대장이 없어질 때 생겨나는 공포와 혼란과 무질서. 그럼에도 그는 앞에 서서 자신이 미끼가 됨으로써 아군의 사기를 진작했고 적군은 방심케 했다. 그러므로 손자병법은 말한다. 적을 잘 움직이는 장수는 적에게 형세를 만들어내어 적이 반드시 그를 따르게 되고 적에게 좋은 점을 주어 적이 그것을 반드시 취하게 한다.제11편: 구지11편은 전쟁의 상황에 따른 군사의 심리 상태를 다룬 편이다. 그리고 처음에 등장하는 2~30분이 바로 구지 편에 해당한다. 병사들의 사기가 도무지 올라가지 않자 이순신은 통렬한 한 마디를 내뱉는다.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이다! 손자병법의 구지 편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병사들의 상황은 포위당하면 방어하게 되며 어쩔 수 없으면 싸우게 되니 지나치게 위급하면 명령에 따른다. 12척의 배, 연전연패하는 육군, 살육당하는 아군. 이런 상황 속에서 이순신 장군은 도리어 병사들을 사지에 몰아넣었다. 그들은 이제 왜군과 싸우다 죽거나 그냥 죽거나, 둘 중 하나의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러한 사기 진작은 성공하여 명량 해전의 승리에 기여했다.

생각해 보면 12 vs 330 이라는 조건 자체가 오히려 왜군에게는 실패의 요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자신감과 자만은 분명 다르기 때문.제13편: 용간용간은 간첩을 활용하라는 병법이다. 사실 영화에서는 간첩 활용이 너무 치명적으로 나오고 초반 임준영이 받게 되는 죽음의 부적()을 볼 때 좀 안타까웠으나 그래도 용간의 병법을 충실히 재현했다는 점은 확실히 주목할 만하다. 더 이상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어차피 독자들은 잘 알 터이니 말은 하지 않겠지만, 구루지마가 마지막에 준사와 붙을 때 하는 말(너는 열도놈이냐, 조선놈이냐?2)은 용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적나라하게 알려준다.명량에 등장하는 손자병법진중권은 명량이 솔직히 졸작이라고 평했단다. 뭐, 이유가 어쨌든 나는 허지웅과 같은 궤를 타고 싶다. 가족 모두가 공감하고 눈물 흘리며 볼 수 있는 내용이자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역사에 관심을 갖게 했다는 점은 확실히 칭찬할 만하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부수고 파괴하고 폭발하는 씬이 많이 등장해서 좋았으니 그거면 된 거 아니겠는가?

다만 아쉬운 건 영화를 홍보할 땐 이순신과 구루지마의 대결 씬을 한층 강조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정작 영화에서는 그 대립구도가 잘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뮤지컬 영웅에서는 안중근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의 영웅의 고뇌, 영웅적 대결의 대립구도가 잘 나타나서 좋았는데 여기서는 왠지 일방적으로 이순신만 전투머신이자 영웅이고 구루지마는 그냥 중간보스 같은 느낌이였던 지라. 그래도 제작사 입장에서는 괜히 시비를 꺼낼 필요가 없으니 이순신의 영웅적 면모를 더 부각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아무튼 시대는 계속해서 영웅을 원하니 그걸 부응해주는 것 또한 대중영화의 역할일 테다.참고자료.

명량 감독 김한민 출연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개봉 2014 한국 리뷰보기


손자병법 작가 손자 출판 글항아리 발매 2011.06.27 리뷰보기
허실은 가짜와 진짜, 기정은 변칙과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이순신이 구루지마와 대치하고 있다. 구루지마는 양손에 검을 들고 있으며, 이때 이순신은 생각한다. 그가 오른손으로 공격해올 것이다! 이때 구루지마가 왼손으로 공격한다면 그것은 기가 될 것이며, 정말로 오른손으로 공격해온다면 그것은 정이 될 것이다. 헌데 이 변칙은 사람의 심리에 관련된 것이기에 무한의 경우의 수가 생긴다. 예컨대 이순신이 구루지마는 내가 오른손으로 공격해 오리라고 예상할 것이니 분명 왼손으로 공격할 텐데, 이렇게 생각하는 나의 허를 찌르기 위해 오른손으로 공격할 것이고 결국 복잡해진다. 개인적으로 추측하건대 준사가 이도류를 썼기에 그런 말을 했던 게 아닐까싶다. 조선인이라면 이도류를 쓸 리가 없었기 때문. 그런데 그때에도 일본에서 이도류가 있었나? 바닷고래

로그인 후 명량에 대한 FAQ를 등록해 주세요.

명량 관련 동영상

Thumbnail
Thumbnail
Thumbnail
Thumbnail

관련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