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 - [비긴 어게인] 뉴욕 거리에서 피어난 긍정의 에너지

[비긴 어게인] 뉴욕 거리에서 피어난 긍정의 에너지
비긴 어게인

비긴 어게인 감독 존 카니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헤일리 스테인펠드, 애덤 리바인 개봉 2013 미국 평점 리뷰보기
비긴 어게인 포스터만 봤을 때, 딱히 관심갔던 작품은 아닙니다. 제가 원스를 아직 보지 못했던 터라, 비긴 어게인을 연출한 감독이 원스를 연출한 감독이라는 소식도 그닥 기대하게 만드는 소식은 아니었죠. 다만 이번 작품에 마룬 5의 애덤 리바인이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화의 노래만큼은 굉장하겠다는 생각에 OST 중 몇 곡을 미리 들었는데 왠걸, 음악이 너무 좋은 겁니다. 요즘 말로 취향 저격당했다는 표현만큼 OST를 듣고난 소감을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이 없길래, 갑자기 영화 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아서, 개봉 전에 시사회로 영화를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제 기대이상으로 영화가 꽤 좋았는데, 저뿐만이 아니라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는 기분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싱어송라이터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리바인)가 메이저 음반회사와 계약하게 되면서 뉴욕으로 오게 됩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오랜 연인이자 음악적 파트너로서 함께 노래를 만들고 부르던 것이 좋았던 그레타와 달리 스타가 된 데이브의 마음은 어느새 변해버리게 되었죠. 스타 음반 프로듀서였지만 이제는 해고된 댄(마크 러팔로)은 미치기 일보직전 들른 뮤직바에서 그레타의 자작곡을 듣게 되고 아직 녹슬지 안은 촉을 살려 음반 제작을 제안하게 됩니다. 거리 밴드를 결성한 그들은 뉴욕의 거리를 스튜디오 삼아 진짜로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만들어가는데

사실 영화 내용은 그닥 특별하지 않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던 가수와 프로듀서가 우연히 만나 자신의 꿈을 키워간다는 내용인데,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원스 등 수많은 영화가 생각나는 것을 보면, 그닥 신선한 내용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비긴 어게인은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보다 좀 더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갖추고 있으며, 원스에 비해 좀 더 스타성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해 상업성과 대중성을 높였다는 점이 비긴 어게인의 장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비긴 어게인에서 키이라 나이틀리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모습은, 올 초에 개봉했던 인사이드 르윈에서 담배 연기가 가득한 술집에서 오스카 아이작이 통기타를 치는 모습이 살짝 떠오르기도 한데, 작품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인사이드 르윈이 비관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는데 반해, 비긴 어게인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작품이라는 점도 비긴 어게인이 가진 장점입니다. 아마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뉴욕을 배경으로 흐르는 영화의 OST인데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뉴욕이지만, 뉴욕의 일상 모습은 참 아름다웠으며, 뉴욕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영화 음악에 담겠다는 의도처럼, 노래 한 곡 한 곡이 다 인상적입니다. 특히 이 영화의 메인 곡인 Lost Stars는 키이라 나이틀리와 애덤 리바인이 각각 부르는 세 버전이 있는데, 각 곡마다 매력이 너무 다르지만 어느 곡 하나 최고라고 꼽기 힘들만큼 다 좋았습니다. 키이라 나이틀리가 부르는 노래들은 잔잔하고 달콤하면서도 고음에서 살짝 갈라지는 목소리가 너무 섹시한 느낌이라면, 애덤 리바인은 역시 가수답게 파워풀하고 인상적인 가창력을 자랑하면서도, 고음 부분에서는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이 노래를 노래방에서 부르지 말라는듯, 소름돋을 정도로 고음을 지르네요. Lost Stars를 포함한 나머지 곡들도 상당히 좋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캐리비안의 해적, 어톤먼트 이후 흥행이나 연기력 면에서 조금 아쉬운 평가를 받았던 것이 사실인데, 비긴 어게인에서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느낌의 캐릭터를 연기해서 그런지 참 좋았습니다. 작품은 참 좋았지만, 안나 카레니나에서의 키이라 나이틀리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 보였지만, 비긴 어게인에서 바보스러울만큼 해맑게 웃는 키이라 나이틀리의 모습을 오랜만에 봐서 참 좋았습니다. 마크 러팔로나 애덤 리바인, 헤일리 스타인펠드 또한 극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적으로 힐링열풍이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개봉한 수많은 영화 중에서도, 힐링 대세를 따라가려는 얄팍한 술수가 엿보이는 작품들이 있었는데, 비긴 어게인은 진정성있게 음악 그 자체로 승부수로 날리면서도,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제목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좋은 예감이 드는 작품입니다. 저 역시도 영화가 참 좋았지만, 영화를 본 대부분의 관객들이 크게 취향타지 않고 비긴 어게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것 같은 작품입니다. 제 개인적으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녀에 이은 올해 세번째 아트버스터는 비긴 어게인이 되지 않을까하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혹시 영화를 보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미리 OST를 듣고 영화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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