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길어올리기 - 달빛 길어올리기 - 임권택 빛 잃은 마음 샘에 던지는 두레박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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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길어올리기 - 임권택 빛 잃은 마음 샘에 던지는 두레박 하나
달빛 길어올리기

달빛 길어올리기 감독 임권택 출연 박중훈, 강수연, 예지원, 안병경, 장항선 개봉 2011.03.17 한국 평점 리뷰보기

달빛 길어올리기. 거장의 작품이기 때문도, 교훈적인 내용이 많아서도 아니다.나에겐 한지와 전주,그리고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달빛이란 단어가가진 뭔가가 나를 사로잡을 것이라는 예감이 있어서였다.고목나무에 동네사람들의 수백년 이야기가나이테로 스며있듯 역시나 그의 작품엔 달빛의 인생사가 들어있었다. 노감독의 영화에는 짧게 눈부신 것보다 그윽히 오래 비추는 비밀을 여기저기 많이 숨겨놓았다. 스크린 속으로 가만히 몸을 기울여두레박을 던진다.

말단 공무원 한필용(박중훈)은 뇌경색으로 말과 거동이 힘겨운 아내 효경(예지원)을 돌보며 살고있다. 시청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을 전통한지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필용은 한지과 담당자로 자리를 옮겨 말단 공무원을 벗어날 기회를 모색중이다.

한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다큐감독 지원(강수연)은 한지가 있는 곳이면 어김 없이 나타나서 필용과 여러가지 일을 공유하게 된다. 필용은 처음에는 그저 담당자로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덤벼들었지만, 갈수록 한지의 매력에 빠져들어가서 지역의 한지업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업무 이상의 열정을 보인다. 날마다 야근을 하고 퇴근하는 길, 등 뒤로는 허기진 그의 인생을 위안하는 달빛이 매일같이 환하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달빛만은 그의 인생을 알아줄 터이다.썩 괜찮은인생이다.





필용이 거동이 불편한 효경을 위해 세숫물을뜨러 간 사이, 열린 방문너머 화창한 달빛이 효경의 얼굴을 밝힌다. 잠시 후 그녀 앞에 놓인 세숫대야에도 살아 꿈틀대는 달이 또하나 떠있다. 달빛을 길어올리듯 세수를 하고 그들은 밥상 앞에 마주 앉을 것이다. 달빛으로 세수하는 사람은 그 마음에 달빛을 머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용 내외는 몸과 마음이 마냥 가까운 것은 아니다. 효경은 옛날 필용이 준 상처때문에 멀찍이 떨어져있고, 때문에 필용은 고독한 나날이다. 어느날 저녁 공동의 일을 끝낸 필용과 지원이 차를 함께 탔다. 라이트를 꺼요. 달빛이 좋아요. 지원의 요청대로 필용은 달빛 하나 의지하여 신작로를 달린다. 서로사는 모습도물어보고 실 없는 농담도 하는 사이 두 외로움이 하나의 달빛을 향해 모아진다.


일배 일자. 한번 절하고 한글자 쓰고. 그토록 깊은 인간의 마음을 천년동안 담아놓기 위해서는 다른 종이로는 안되었다. 혼을 담은 한지여야만했다. 한낱 종이일 뿐이라고 했던 물질도 인간의 몇갑절을 살아 역사를 말하고있다. 종이뿐이랴. 100편을 찍고 다시 첫영화를 시작하는 노감독의 예술도 이와같으리라.
사람의 손이 백번 가야 이런 종이가 만들어진다. 인생도 어버이가 하루에도 백번이고 다듬어서 몸이 자라난다. 백번의 달빛을 맞아 마음이 씻겨진다.

효경의 집안은 한지의 명가였다. 아버지는 한지의 운명을 따라 쇠락했고 그녀의 고향집은 개발의 물길에 잠겨버렸다. 몸도 잃고 마음의 뿌리도 잃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린 듯 질긴 한지마냥 삶의 희망을 다시 키워간다. 업무를 넘어 한지에 생의 한 시기를 거는 필용. 급기야 대출을 하여 천년의 세월을 이길 한지 만들기에 착수한다. 숨은 명장과 함께 깊고 물맑은 계곡으로 들어간다. 다큐 감독 지원이 묻는다. (필용씨의 일로부터) 지금도떠나고 싶으세요? 아뇨. 노동과 예술이 따로 없는 필용의 인생.

달빛이폭포수 따라 흐르는 계곡. 효경의 고향사람 한지 장인이 천년의 종이를 뜨기 시작한다. 이 마지막 몇 분의 황홀을 뭐라 말할 수 없다.

종이를 들어올린다. 장인의 혼이 그림자로 담기고 달이 얹혀지고 인생이 두둥실 떠오른다. 숭엄한 광경속에 효경이 지원에게 속삭인다. 달빛은, 아무리 바라보아도 눈이 부시지 않아요. 다른 인생에게눈부신 인생보다, 서로에게 빛과 위안을 주는 그윽한 달빛이면 좋겠다. 거만하지 않고 짓밟지 않고 서로의발을 밝혀주며 밤길을 함께 갈 수있는 인생. 상대의 그늘에 두레박을 던져 달빛을 길어올려주는 인생. 그리하여 마침내 스스로도환해지는 인생. 노감독은 뭇 인생들의 흔적을 백편이 넘는 필름에 담아왔다. 그속에는 가부장제의 희생양도있었고, 나라 잃은 협객의 이글거리는 눈빛도 있었고,모든 것을 잃은 끝에 닿은한의소리도 있었고,시대를 희롱한 붓끝도있었다. 이번한지위에 길어올려진 달빛 역시노감독 자신의 인생이야기에 다름 아닐 것이다. 또한 우리가 어떻게 뜨겁고도 황홀하게 인생을 길어올릴 것인지에 대한 답이기도하다. 이제는, 달이 심장에서 지지 않도록 하리라. 제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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