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기억과 마주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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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기억과 마주해야 하는 이유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감독 실뱅 쇼메 출연 귀욤 고익스, 앤 르니, 베르나데트 라퐁, 헬렌 벤상 개봉 2013 프랑스 리뷰보기 상담소를 찾아간 것은 2009년의 일이었다. 내가 다닌 학교는 짧은 심리학과 연혁에 비해 상담 체계가 매우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모든 신입생은 입학과 동시에 MBTI와 진로적성 검사를 받고, 별도의 건물을 갖춘 학생생활상담소를 운영해 재학생뿐 아니라 졸업 후 1년까지는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처음부터 바로 상담을 떠올린 것은 아니었다. 심리적으로 의지할 곳을 찾는 데는 종교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던 것도 그때였다. 개강미사가 열리는 학교 성당의 우글우글한 인파 속에서, 성스러움보다는 설렘과 소음이 가득한 그곳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돈 것은 지금 생각해도 낯선 일이었다. 하지만 결국, 종교에서 답을 찾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건 또다른 의미의 의존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매번 별생각 없이 지나다니던 학교 상담소가 눈에 띈 것은 그때였다. 몇 가지 절차를 거쳐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을 받기로 했다.나를 전혀 모르는 이라면 속내를 쉽게 털어놓을 수 있을 거라는 추측은 섣부른 것이었다. 말하는 내내 머릿속에서는 필터링하는 나와 본능의 나가 싸웠다. 그렇기에 가장 많이 내뱉은 말은 어 음 그러니까 -인 것 같아요 였다. 온전히 내 말을 하는 시간임에도, 치료를 위한 시간임에도 이걸 말하는 나는 어떻게 보일까를 생각하는 내 자신이 싫었다. 정리되지 않은 일이라는 가림막 뒤에 숨어 감정을 내보이는 일에 서투른 것도 싫었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 폴(귀욤 고익스)에게 마음이 간 것은, 기억과 마주하는 그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애니메이션의 거장 실뱅 쇼메 감독답게, 그의 첫 장편 실사영화인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또한 지극히 동화적인 요소들로 채워져 있다. 폴이 마담 프루스트가 내어주는 차와 마들렌을 먹고 기억을 되짚는 여행을 한다는 설정이 그중 하나다. 기억은 개인의 것이다. 분명한 것은, 기억을 끄집어내는 일이 밀쳐두는 것보다 배로 힘겹다는 것이다.망설이는 폴에게마담 프루스트는 말한다.나쁜 기억은 행복의 홍수 밑으로 보내버려. 수도꼭지를 트는 일은 네 몫이란다.기억은 성장과 연결되어 있다. 성장은 고통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기억을 되짚을 때마다 폴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 사이에서 괴로워한다.모든 기억은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부모의 죽음을 코앞에서 목격한 충격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폴은 아버지라는 가상의 괴물을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기억의 조각을 맞추는 일은, 여태껏 자신이 옳다고 믿어온 삶의 방식과 종당에는 자기 자신조차 부정해야 하는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각을 선택하기보다 모르는 채 현재를 사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영화는 마담 프루스트의 입을 빌려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고통스러운 기억과 마주해야 하는 이유를.Vis ta vie 네 인생을 살거라.마담 프루스트는 안내자 역할을 할 뿐이었다.최후의 기억을 되살리는 차를 마신 것은 결국 폴 자신이다. 피아니스트의 인생을 살 것인지 우쿨렐레 연주자의 길을 갈 것인지 선택하는 것도, 두 이모를 용서할지 말지 선택하는 것도 결국엔 폴이다. 기억과 마주해야 하는 이유는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다. 다른 누구의 꿈도 아닌 스스로의 꿈을 꾸기 위해서. 스스로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서. 그렇게 두 살에서 멈춰 있던 폴은 기억을 회복함과 동시에 어른의 길로 들어선다.어쨌든, 나의 상담도 한 학기 동안 계속되었다. 이를 악물 때도, 죽도록 창피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해야 했다. 무엇보다, 시간을 내어 말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내 자신이었다. 나를 괴롭게 하는 상황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것도 나였다. 내 감정을 제일 잘 아는 것도, 그것을 부인하거나 꾸며 말할 수 있는 것도 결국 나였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완전히 극복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스스로의 한계는 명확히 알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닫혀 있는지, 스스로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지. 이런 영화를 보면 이제는 아물었다 싶은 상처도 간간이 쑤시고 아프다. 누군가에게는 이걸 보는 것조차 하나의 마주함일지도 모른다. 그 어려운 기억의 조각들이 한 잔의 홍차와 마들렌처럼 내게 말을 건다. 조금은, 기운을 차리고 한 걸음 더 디딜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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