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 자살 소동 - 처녀 자살 소동 (The Virgin Suicides, 1999)

처녀 자살 소동 (The Virgin Suicides, 1999)
처녀 자살 소동 거장 감독의딸(아들도 아닌)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도 아버지와 같이 영화 감독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인 소피아 코폴라의 첫 장편 영화인 처녀 자살 소동은 이런 물음에 대한 작은 대답이 담겨 있는 듯 하다. 아름 다운 다섯 자매와 그녀들의 부모의 관계는 얼핏 보기엔 화목한 가정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그 속 사정은 그렇지 않다. 수많은 영화에서 호젓한 미국 교외에 거주하는 중산층 가정의 붕괴를 다루었듯이 이 영화 역시 그러한 보수적인 청교도식 생활 방식을 고집하는 가정이 결국 다섯 자매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외피는 여느 청춘 영화 못지 않다. 자매들을 훔쳐보는 숫기 없는 소년들의 시각에서 서술되는 장면들은 짐짓 코믹한 장면들을 상상케 하고 자매들의 로맨스 장면 역시 여느 청춘 영화의 전개들에서 크게 벗어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청춘 영화의 환상에 안주하지 않는다. 현실은 잔인하다. 환상과 달리 현실은 잔혹하다. 그리고 어른들은 자녀들을 언제나 이해하지 못한다. 파국은 이미 예견되었으나 어른들은 그들의 생각과 주장들을 벗어나 그녀들의 요구와 소망들을 들을 생각도 않는다. 영화의 배경은 자유의 열기로 가득찼던 60년대를 지나 보수 반동적 분위기가 팽배해지던 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했지만 우리에게 있어서는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로 보인다. 여전히 우리의많은 청소년들이 영화 속의 자매처럼 숨막히는 감정을 느끼고 살고 있기에 이 영화가 주는 느낌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그리고 소피아 코폴라 역시 위대한 감독의 딸로만 비춰지는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자랐기 때문에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이제 그녀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마리 앙투와네트 등을 통해아버지의 후광을어느 정도 벗어났지만아쉽게도 영화 속의 자매들과 현실 속의 많은 청소년들은여전히 부모, 가정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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