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다 - [나루세미키오특별전]나루세 미키오의 흐르다, 무엇이 흐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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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세미키오특별전]나루세 미키오의 흐르다, 무엇이 흐르는 것일까.
흐르다

포스터. 흐르다(Flowing / 流れる, 1956)는 나루세 미키오(成巳喜男)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2% 부족합니다. 하지만 나루세 미키오가 어떤 감독인가를 아는데 있어서,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모자람이 없습니다. 섬세하면서도 시니컬한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제목은 ‘흐른다’고 합니다. 강물과 인생은 흘러갑니다. 영화 속에는 흘러가는 강물과 살아가는 인생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처한 삶은 고여서 빠져나갈 수 흘러갈 길을 찾지 못하는 물과 같습니다. 강물은 그들의 삶과 관계없이 흘러가고, 인생도 좋든 싫든 간에 흘러갑니다. 2시간 동안 스크린을 통해 바라보는 주인공들의 삶은 흘러가다가 어딘가 잘못 흘러가 가두어진 물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등장인물들이 움직이는 공간은 폐쇄적입니다. 대부분 게이샤들의 집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2층에 있는 두 개의 다다미 방. 계단, 1층에 있는 게이샤들의 방, 부엌과 현관, 이 정도가 전부입니다. 그리고 세상과 그녀들의 집 사이를 이어주는 골목길이 있습니다. 언젠가 골목길에도 변화가 오고 새 집들이 들어서겠지만, 당분간은 요원한 일 같아 보입니다. 그 외 공간들도 대부분 실내에서 이루어집니다. 바깥 풍경이 보이는 곳이라고는 오프닝 씬과 라스트 커트의 흐르는 강물과 그 위를 떠가는 배가 보일 때입니다. 극 중에서는 가츠요(다카미네 히데코)가 자기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둑방길을 걸을 때 한 번 뿐입니다.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인물들은 다다미방과 비좁은 마루에서 오밀조밀하게 움직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공간을 한정지어버렸기에 나루세 미키오가 그 협소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다 선명하게 들어옵니다. 그것은 축구로 치면 좁은 공간을 미끄러지듯이 빠져나가는 이니에스타의 정교한 돌파와 패스 같습니다. 파워가 아니라 섬세함으로 이루어진. 바깥 날씨를 잘 알 수 없습니다. 햇빛이 비치는 걸로 봐서는 대부분 맑은 날씨입니다. 딱 한 번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립니다. 먼 하늘에 번개가 칠 때, 무언가 울림이 옵니다. 번개에서 부운에서, 그리고 흐르다에서 우리는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번개를 봅니다. 가츠요는 번개를 본 후 엄마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번개는 세상에만 번쩍인 게 아니라, 가츠요의 가슴에도 감정을 전달한 겁니다. 사소한 날씨 하나도 이처럼 정서적으로 작용합니다. 바깥에서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등장인물들의 시선은 잠시 바깥을, 혹은 허공을 향합니다. 이처럼 날씨의 변화만으로도 드라마의 중간 부분을 절묘하게 이어줍니다. 마지막 시퀀스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처연합니다. 그들의 지닌 희망과 삶에 대한 애착, 그 순간 즐겁게 느끼고 있는 행복감이 곧 깨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식모인 오하루(다나카 기누요)만 절망적인 미래를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커트들은 무척이나 차분하고 단순합니다. 식모인 오하루는 오만주를 사와서 1층에서 샤미센 연주를 보여주고 있는 마담 엄마에게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 재봉질을 하고 있는 가츠요에게도 오만주를 건네 줍니다. 게이샤 일에 더 이상 비전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가츠요는 미싱을 돌리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합니다. “뭔가 해야 될 것 같아서요.” 그 말을 들은 오하루는 자기가 들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지만 망설입니다. 거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얘기를 들려준 사람에게 비밀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을 것이며, 자기가 얘기해버리면 지금 희망을 갖고 샤미센을 연주하는 엄마나 재봉틀을 돌리는 가츠요 모두의 희망이 무너져 내릴 것 같기 때문입니다. 머뭇거리던 오하루는 가츠요에게 시골에나 가볼까 한다고 말합니다. 억지 웃음을 지으면서 남편과 아들의 묘를 보러 가고 싶은 것처럼 얘기합니다. 가츠요는 오하루가 시골에 가겠다는 말의 의미를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받아들일 뿐입니다. 가난한 식모 생활을 하는 오하루는 게이샤들의 일을 돕고 싶지만 자신의 영역 밖입니다. 아픈 아들에게, 아픈 후지코에게 사과를 사다주듯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만주 몇 개를 사다주는 것뿐입니다. 그게 그냥 오하루의 마음인 것입니다. 아무것도 해줄 수는 없지만, 무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가츠요의 방에서 나와 오하루가 2층 계단에 서는 순간, 양쪽에서 소리가 들려옵니다. 가츠요의 재봉틀 소리와 엄마의 샤미센 소리. 두 소리는 두 모녀의 작은 행복입니다. 오하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아래층으로 내려갑니다. 부엌 앞에 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엄마의 샤미센 연주를 바라봅니다. 엄마는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갇혀 영영 바깥세상으로 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구도 상으로 꽉 닫혀 있습니다. 원경에는 돈이 없어 게이샤가 되려는 소녀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다시 재봉틀을 돌리는 가츠요의 모습이 보입니다. 오하루는 묵묵히 샤미센 연주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리면서 찬장 위에 그릇을 올려놓습니다. 오하루의 뒷모습에 이어 카메라는 게이샤들의 집 대문을 보여줍니다. 차양이 바람에 가볍게 흔들립니다. 골목길을 걸어가는 게이샤들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다리 아래를 지나가는 배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그렇게 끝납니다. 더 이상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들의 미래, 그들의 속마음이 다 들여다보입니다. ‘흐르다’라는 제목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막연한 미래를 암시하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스토리 라인.

오프닝 타이틀. 거대한 강, 흘러가는 배, 다리 아래를 지나가는 배, 울렁이는 물결. 카메라는 철교와 골목길 풍경을 보여주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로 들어갑니다. 츠다 가(家)라는 문패가 붙은 게이샤들의 집. 방 안에서는 꼬마 후지코가 춤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소메카(스기무라 하루코)를 비롯한 게이샤들이 마담 엄마(아먀다 이스즈)에게 보수에 대한 계산이 틀린 것 같다며 불평을 하자, 옆에서 지켜보던 딸 가츠요는 짜증을 냅니다.

그저 모이기만 하면 수다를 떨고, 남 흉보기에 바쁜 게이샤들입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렇지만 엄마가 나누는 대화를 다 듣고 있는 가츠요.

게이샤들이 보수 얘기를 할 때마다 열을 받고 같이 말싸움을 벌이는 가츠요. 이 집에 얹혀살고 있는 후지코의 엄마 요네코는 아무 말 없이 지켜봅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엄마가 일부러 그런 것 같은 표정을 보면 처음부터 형편이 좋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게이샤라면 30에 세상이 끝나지.”라는 말이 들리지만, 소메카는 벌써 쉰 살입니다. 고양이 푼코는 그런 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가로이 테라스를 돌아다닙니다. 게이샤 사무소에서 전화가 오지만 엄마는 전화를 피합니다. 월말이 되자 밀려드는 계산서와 청구서들. 젊은 게이샤 나미에(이 집의 골칫덩어리 아가씨)는 골목으로 나가고, 길을 찾던 여자 오하루와 지나칩니다. 조심스럽게 집안으로 들어와서 인사를 하는 오하루. 직업소개소를 통해서 온 그녀의 이름은 리카이지만, 외국 이름 같다고 즉석에서 오하루로 바꿔 부르기로 합니다. 남편이 죽고 아들도 죽자 식모 일자리를 찾아서 온 것입니다.

영화의 퍼스트 씬. 동네에서 길을 물어가며 게이샤들의 집을 찾아가는 오하루. 오하루는 장을 보러 나갔다가 외상이 밀려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저녁이 되자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나이 든 게이샤 소메카는 부엌에 가서 오하루에게 간장을 조금 달라고 합니다. 맨밥에 간장으로 식사를 때웁니다. 엄마에게 돈을 꿔준 큰언니가 찾아와서 나이가 들었지만 돈이 많은 철강회사 이사를 소개시켜주겠다고 말합니다. 돈은 없어도 자존심은 버리기 싫은 엄마 입장에서는 갑갑하기만 합니다. 다음 날, 가츠요는 오하루에게 자신도 게이샤였다고 말합니다. “감정이 없어서” 게이샤 생활을 그만 두었다고 합니다. 오하루가 자신은 주부였을 뿐이었다고 하자 가츠요는 “그게 어떤 건지 궁금하다”고 합니다. 엄마 때부터 게이샤들에게만 둘러싸여 지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이때 나미에의 삼촌이 나타납니다. 나미에를 게이샤로 버려놓았으니 돈을 내놓으라고 강짜를 부리는 겁니다. 오하루가 나가서 죄송하다고 인사하고 겨우 돌려보냅니다.

나미에 삼촌이 행패를 부리러 나타나자 오하루가 나가서 그에게 사과를 하고, 궂은일을 도맡습니다. 엄마는 철강회사 이사를 만나러 가지만, 극장에서 다른 언니 미즈노와 마주치는 바람에 자리를 박차고 나옵니다. 돈보다는 자존심을 더 중시하는 게이샤로서의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겁니다. 엄마는 외상으로 술을 받아오라고 말한 다음 혼자 샤미센을 연주합니다. 가츠요가 엄마와 말다툼을 하다가 나가버리자, 그 자리에 오하루가 들어옵니다. 엄마는 “볼 때는 게이샤가 행복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아요”라고 말해줍니다.

샤미센을 연주하는 엄마. 지금은 표정에 근심이 서려있지요. 월말이 되자 청구서는 밀리고 큰언니는 돈을 받으러 찾아옵니다. 얼음과자를 너무 먹은 후지코는 열이 나서 드러눕습니다. 오하루는 주사를 맞기 싫어하는 후지코를 달래면서 붙잡아줍니다. 엄마는 미즈노 언니 집에 가서 어려운 얘기를 합니다. 발이 넓은 미즈노 언니는 사에키를 불러서 그의 보스인 하나야마를 만나보라고 합니다. 소메카는 오하루에게 부탁한 고로케를 받아서 나눠 먹습니다. 식모로 들어와서 별의별 궂은일을 다 도맡아합니다. 우르릉 천둥이 칩니다. 후지코가 아프자 요네코는 애 아빠를 찾으러 갔다가 혼자 돌아옵니다. 멀리 번개가 치는 걸 본 가츠요는 엄마에게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고 한 후 눈물을 흘립니다. 답답합니다. 비가 떨어집니다. 엄마는 딸에게 사에키와 영화라도 보러 가라고 권할 뿐입니다. 밤 골목길에는 비만 주룩주룩 내립니다.

후지코는 틈만 나면 얼음과자를 사 먹으러 나가요. 그러다 결국 아파서 주사 맞고! ^^;;

의사가 주사를 놓으려하자 안 맞겠다는 후지코의 몸을 잡아주는 것도 오하루의 몫입니다. 하여튼 게이샤들, 온갖 궂은일은 다 시키더군요. 다음 날 아침, 가츠요는 직업소개소에 일자리를 구하러 갑니다. 엄마는 행운의 부적을 얻으러 절에 갑니다. 미즈노 언니가 찾아와서 엄마에게 주라면서 오하루에게 10만 엔을 건네주고 갑니다. 돈이 들어오는 걸 어찌 알았는지 나미에의 삼촌이 나타나서 행패를 부립니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문 앞에 행운의 부적을 붙이지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습니다. 엄마는 나미에 삼촌의 입막음을 하려고 오하루에게 안줏감으로 배 두 개를 사오라고 시킵니다. 오하루가 잔돈을 내놓는 걸 본 나미에 삼촌은 식모도 이렇게 돈이 많은데 돈이 없다는 소리는 작작 하라면서 큰소리를 칩니다. 오하루는 자기 아들이 아팠을 때 사과를 좋아해서 후지코에게 사과를 사주려다가 거스름돈을 받은 거라고 말합니다. 엄마는 하는 수 없이 5만 엔을 내놓습니다. 인력거를 불러다가 취한 인간을 겨우 내보냅니다.

엄마와 나미에 삼촌이 있는데 잔돈을 잘못 내놨다가, 아픈 후지코를 위해서 사과를 사느라고 받은 잔돈이라고 얘기하는 오하루. 윤여정 씨한테서 억센 표정을 뺀 것 같아요. ^^ 다음 날 아침, 가츠요는 여기저기 이력서를 씁니다. 큰언니가 와서 업종 전환이나 하라고 하자 집을 팔아버릴까 합니다. 정이 들었던 집이지만, 남자 때문에 저당 잡히고 이제는 막판에 몰렸습니다. 미즈노는 “나이가 들면 외로움도 깊어지는 법이야”라고 말하면서 저녁 때 엄마와 하나야마의 약속을 잡아줍니다. 엄마는 오랜만에 화장을 합니다. 간만에 꽃단장을 하면서 오하루에게 젊었을 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더 예뻐지도록 노력했어요.” 요즘은 게이샤나 보통 여자들이나 다 똑같다고.

저녁 약속 때문에 간만에 화장을 하는 엄마. 뒤에서 도와주는 오하루. 가츠요는 재봉틀을 보고 오지만 엄마는 “내 딸에게 그런 일 시키기는 싫다”고 합니다. 가츠요는 “고상한 귀부인 같은 게 엄마의 약점”이라고 합니다. 엄마는 약속장소로 나가지만 하나야마는 오지 않고 비서인 사에키만 나타납니다. 자존심을 버리고 나왔건만.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눈물이 떨어집니다. 종업원이 식사가 준비되었다고 할 때 가만히 고개를 돌리고 눈물만 훔칩니다. 엄마는 힘없이 집으로 돌아옵니다. 골목길에서 마주친 오하루는 공손히 인사를 합니다. 어깨가 축 쳐진 엄마를 뒤돌아보다가 택시 잡는 심부름을 하러 골목 바깥으로 달려갑니다.

식사 약속에 하나야마 사장이 나타나지 않자, 자기 자신이 막막하고, 창피하고, 여러 가지 교차하는 심정 때문에 창밖을 바라보며 눈물을 떨구는 엄마. 나미에 삼촌 때문에 엄마와 가츠요는 경찰서까지 가게 됩니다. 예상보다 사건이 커서 미즈노는 사에키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경찰서에서 힘없이 돌아온 엄마는 언니에게 집을 사달라고 부탁합니다. “더 이상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을 거예요.” 전경에는 창가에 선 가츠오, 멀리 방안에 엄마와 미즈노. 그 사이에 오하루가 올라와서 마실 걸 놓습니다. 갑갑하게 갇힌 구도입니다. 엄마를 대신해서 술자리에 나갔다 돌아온 소메카는 상황도 모르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신났습니다.

옆에 있는 게이샤 집에서는 오하루가 일을 잘 한다는 소문을 듣고 자기네 집에서 일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합니다. 아침, 쓰레기차가 지나갑니다. 옆집에서는 오하루에게 식모로 오라고 꼬십니다. 집을 팔 거라는 얘기를 들은 큰언니는 미즈노를 믿지 말라면서 입바른 소리를 해줍니다. 사에키는 경찰서 일을 해결하고 나미에 삼촌과 같이 돌아옵니다. 아직도 독해지지 못하는 엄마는 술상을 봐오라고 합니다. 창가에서 바라보던 가츠요는 사에키와 함께 밖으로 나갑니다. 둑방 길을 걸으면서 가츠요는 게이샤 일을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엄마가 안 됐어요.” 사에키는 오히려 “당신 결혼은?”하고 물어봅니다. 게이샤 일도 사양길이라 누가 결혼을 해주겠느냐며 답답해하는 가츠요.

가츠요는 둑방 길을 걸으면서 사에키에게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흐르다에서 유일한 야외 씬. 엄마는 샤미센을 연주하고, 오하루는 후지코에게 동화책을 읽어줍니다. 소메카가 술이 취해서 들어옵니다. 동거하던 연하남이 떠나는 바람에 낮술을 거나하게 마신 것입니다. 엄마가 오히려 잘 된 일일 지도 모른다고 하자 소메카는 이해해줄 줄 알았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울분을 터뜨립니다. 그러면서 자기들에게 줄 돈을 뒤로 챙기지 않았느냐는 화제로 번집니다. 가츠요까지 돌아와서 화를 내자 소메카는 눈물을 터뜨립니다. “너 때문에 우는 게 아니야. 이 세상 때문에 우는 거야.” 이 장면 무척 좋았습니다. 카메라는 돌아서는 소메카를 쫓아가고, 소메카가 문을 향해 나갈 때 패닝하는 것만으로도 감정 전달이 강하게 되더군요. 카메라의 짧은 움직이지만 정서적으로 똑같이 움직이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동거남이 떠나자 낮술에 취한 채로 나타나 엄마와 말다툼을 벌이는 소메카. 시간이 흘러갑니다. 가츠요는 재봉질을 하고, 엄마는 아이들에게 샤미센을 가르칩니다. 문밖에서 소메카가 힐끗 눈치를 보다가 들어와서는 취해서 실수했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사과를 합니다. 엄마는 웃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집은 팔았지만 생활은 안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미즈노는 오하루를 집으로 불러서 게이샤의 집을 식당으로 바꿀 예정인데 가게를 맡아달라고 합니다. 고민하던 오하루는 자긴 맡을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어렵사리 거절합니다. 미즈노는 비밀을 지켜달라고 합니다. 가슴에 큰 부담을 안고 ‘밝은’ 골목 안으로 접어들자 엄마의 샤미센 연주가 들립니다. 새로운 게이샤 지망생들까지 와서 집안은 북적거립니다.

영화의 라스트 시퀀스. 샤미센을 연주하는 엄마(오른쪽)와 소메카. 같은 방 안에 어린 후지코와 요네코가 있고, 게이샤 지망생들은 건넌방에 앉아있습니다.

영화의 라스트 시퀀스. 서로 반대 방향에서 잡은 장면입니다. 오하루는 오만주를 사와서 엄마와 소메카에게 주고, 2층으로 올라가서 재봉질 하는 가츠요에게도 줍니다. 혼자 비밀을 품고 있자니 갑갑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그녀는 가츠요에게는 남편과 아들 묘를 보러 시골에나 잠시 내려갈까 한다면서 아래층으로 내려옵니다. 편안하게 샤미센을 연주하는 엄마와 소메카. 연주를 바라보는 후지코와 게이샤 지망생들. 망설이다가 부엌으로 들어가 자기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골목길, 걸어가는 게이샤들, 시작할 때와 똑같이 다리 아래를 지나가는 배. 영화는 끝납니다. 가장 평화로운 순간인 것 같지만, 사실 이제는 아무데도 벗어날 길이 없는 막장에 다다른 것입니다. tip 1. 다나카 기누요가 식모가 되어 불리는 이름은 오하루입니다. 그녀가 미조구치 겐지의 서학일대녀에서 맡았던 역할의 이름도 오하루였습니다. 엄마가 이름을 붙여줄 때 혼자 웃고 말았습니다. 영어 제목은 The Life of Oharu였으니까요. 2. 우리가 흐르다를 찍고 있을 때, 나는 게이샤 집의 주인 역이었던 야마다 이스즈에게 화장을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게이샤 집의 주인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집에 있는 경우와 손님들 앞에 나서는 경우 사이에 대비를 주고 싶었다. 야마다 이스즈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고 거의 화장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야마다 이스즈가 화장을 하지 않았던 유일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루세 감독 또한 내 의도를 맘에 들어했다. -나루세 미키오 책 중에서 촬영감독 다마이 마사오의 회고. ---------------------------------------------------------------------------------------------------

태어나서 가장 힘들었던, 하지만 태어나서 유일하게 잘 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아들과 42일 동안의 유럽 여행을 엮은 글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아빠의 자격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과연 이런 제목을 붙일 자격이 있는 지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사춘기 아이를 가진 아빠 혹은 엄마라면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할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블로그 글처럼 책도 관심 가져 주세요~ ★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인터파크★ --------------------------------------------------------------------------------------------------- 추전 버튼 눌러주세요~~^^ 조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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