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라 몽테스 - 저주 받은 걸작, 바로크적 화려함 롤라 몽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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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받은 걸작, 바로크적 화려함 롤라 몽테스
롤라 몽테스 [롤라 몽테스] 감독 막스 오퓔스 출연 마르틴 캐럴, 피터 유스티노브

Lola Montes, 1955 가스통 르루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1847년, 무희였던 롤라 몽테스는 바바리아의 루드비히(루드비히 1세)와 내연의 관계를 맺었다가, 란스펠트 백작부인으로 추대됨.”(문학세계사, p269) 가스통 르루도 당대의 연예계 스타들과 고관대작들의 연애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롤라 몽테스를 빠뜨리지 않습니다. _ 롤라 몽테스 롤라 몽테스는 실존 인물입니다. ‘유럽의 황진이’라는 별명을 붙이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왕부터 귀족, 거부들이 그녀에게 줄줄이 넘어갔습니다. 가는 곳마다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미모와 화려한 춤은 기본이고, 다양한 매력을 뿜어냈다고 합니다. 원래 이름은 엘리자 로잔나 길버트였지만, 런던에서 ‘스페니시 댄서 롤라 몽테스’라는 예명으로 데뷔했습니다. 롤라 몽테스와 사랑에 빠졌던 루드비히 1세는 바그너에게 무한한 애정을 표했고, 디즈니랜드 성의 모델이 된 노인슈반슈타인 성을 건설했던 루드비히 2세의 할아버지입니다. 할아버지와 손자 모두 추문으로 왕위에서 물러났습니다.

롤라 몽테스의 초상. _ 영화이야기 화려한 샹들리에가 무대를 향해 내려오고, 커튼이 열리면서 서커스가 시작됩니다. 영화도 시작됩니다. 사회자(피터 유스티노프)가 관객들에게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면서 등장합니다. 화려한 스캔들로 전 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롤라 몽테스를 ‘팜므 파탈’로 소개합니다. ‘태양의 서커스’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롤라의 화려한 생활을 연극으로 묘사하면서 스펙터클한 볼거리가 동시에 이어집니다. 그렇게 19세기에 대중들의 가장 화려한 여흥이었던 서커스, 로트렉과 쇠라의 세상으로 들어갑니다.

관객들에게 롤라 몽테스를 소개하는 사회자.

스캔들 메이커, 팜므 파탈의 이미지로 비쳐지는 롤라 몽테스. “과거를 기억하나요?”라는 대사와 함께 긴 오버랩이 이어지면서 마차 여행을 하고 있는 두 연인을 보여줍니다.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프란츠 리스트와 롤라 몽테스가 등장합니다. 그들은 공연 여행을 다니면서 만나서 사랑에 빠졌지만 이제 애정이 식어 ‘쿨’하게 헤어지는 중입니다. 다른 도시에서 우연히 만나면 하룻밤 사랑을 나눌 헛된 약속을 하고 이별을 고합니다. 롤라는 리스트가 찢어버린 ‘이별의 왈츠’ 악보를 주워서 나갑니다.

롤라 몰래 떠나려는 프란츠 리스트.

리스트와 헤어지는 롤라. 서커스 무대에서 롤라의 어린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현실 속의 서커스와 플래시백으로 이어지는 회상이 교차합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유럽으로의 귀환, 아버지의 부하 제임스 대위와의 결혼과 다툼. 미모가 뛰어났던 롤라는 결국 자신이 원하던 화류계로 입문합니다. 1841년 마드리드에서 데뷔, 바르샤바에서 귀족과의 스캔들, 불가리아에서 벌어진 레슬러와의 일화, 티볼리에서 지휘자와의 추문, 심지어는 유럽 최초로 시가를 피운 여자라는 사실까지 소개됩니다. 그러나 젊은 시절이 흘러가면서 롤라 몽테스의 인기도 서서히 쇠락합니다. 서커스 사회자는 남프랑스에 머무르고 있는 그녀를 찾아가 서커스단에서 공연할 것을 제의하지만 아직 롤라의 자존심은 죽지 않았고, 꿈은 시들지 않았습니다.



유럽으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 흐느끼는 10대의 롤라.

어머니가 강제로 결혼시키려 하는 10대의 롤라. 쇼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화려한 서커스 무대가 펼쳐집니다. 위험한 공중곡예가 벌어지고, 롤라는 바바리아를 향해 갑니다. 서커스도, 롤라의 일생도 절정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섭니다. 롤라는 길을 가르쳐준 젊은 학생(오스카 베르너)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뮌헨에 입성합니다. 그러나 오디션에 떨어져 무대에 서지 못합니다. 그녀는 연줄을 동원해서 바바리아의 왕 루드비히 1세(안톤 월브록)와 만납니다. 첫 만남에서 롤라는 옷을 찢어버리면서 나이 든 왕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합니다. 찢은 옷을 수선하기 위해 왕이 실과 바늘을 찾자, 궁전의 모든 시종들이 실과 바늘을 외치며 돌아다니는 풍경은 웅장해서 오히려 우스꽝스럽습니다. 그렇게 루드비히 1세는 롤라의 유혹에 빠져듭니다.

루드비히 1세가 바늘과 실을 찾는 장면. 웅장한 궁전을 멋지게 잡아냅니다.

롤라 몽테스의 공연을 지켜보는 루드비히 1세와 왕비. 극장에서 벌어진 롤라 몽테스의 춤을 관람한 루드비히 1세는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화가들은 롤라의 초상화를 그리고, 왕은 정무는 뒤로 한 채 롤라의 치마폭에 싸여 지냅니다. 관료들과 백성들의 원망은 높아져갑니다. 루드비히가 롤라에게 햄릿의 구절을 읽어주고 있을 때 폭동이 일어납니다. “세상의 쾌락도 부질없게 느껴지고, 이 지경에 이르게 되다니.” 왕은 자리를 피하고 롤라는 ‘젊은 학생’의 호위 하에 바바리아에서 탈출합니다. 왕권의 배후에서 영화를 누리던 그녀의 호사로운 생활은 종말을 고합니다.

화려하게 무대에 등장하는 롤라 몽테스. 그녀의 인생처럼 위태롭게 진행되는 서커스. 심장이 약해서 어지럼증을 느끼는 롤라. 의사는 공중에서 뛰어내리는 위험한 다이빙을 할 때 안전용 그물을 치라고 권유합니다. 사회자는 위스키를 들이키면서 숨을 돌립니다. 롤라가 뛰어내리려는 순간 카메라가 사각으로 기우뚱거리면서 불안감을 고조시킵니다. 롤라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바닥, 잠깐 동안의 침묵. 서커스를 찾아온 관객들은 롤라의 손을 만져보기 위해 끝없는 줄을 서서 그녀에게 다가갑니다. (롤라 몽테스는 이후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거쳐 미국에서 생을 마감했기 때문에, 그녀의 일생을 아는 저로서는 조금 ‘웃겼지만’, 막스 오퓔스는 막판까지 긴장감을 몰고 갑니다.)

롤라와 첫 남편의 이야기가 화려한 서커스 무대에 펼쳐지고.

마지막 장면. 롤라는 우리 같은 곳 안에 들어가 자신을 만지는 남자들에게 1달러씩을 받습니다. 어쩌면 막스 오퓔스는 예술가로 남고 싶었던 열망을 롤라에게 감정이입 시킨 건지도 모릅니다. 초반에 롤라는 리스트에게 말합니다. “내게 삶은 찰나일 뿐이에요.” 롤라 몽테스는 자신의 삶을 사랑과 예술에 온전히 바쳤습니다. 그녀는 세상에 정주하지 못하는 예술가적인 삶을 삽니다. 후반에 롤라는 자신을 추종하는 학생에게 말합니다. “사랑과 자유를 대표하잖아요? 난 혁명이 뭔지 몰라요.” 그렇게 롤라는 엔터테이너의 길을 지킵니다. 무희로서, 고급 창녀로서, 스캔들 메이커로서. 그러나 1955년도의 프랑스 관객들은 독일의 일부인 옛 바바리아 왕 루드비히 1세와 사랑에 빠진 여인의 일대기를 보는 걸 탐탁지 않게 여겼던 모양입니다. 막스 오퓔스가 독일 출신이라는 점도 못마땅했겠지요. 그런 시점에 프랑수아 트뤼포가 젊은 비평가들을 대표해서 용기 있게 나섰습니다. 그는 논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전투적으로 롤라 몽테스를 옹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라 몽테스는 흥행에서 처참한 실패를 기록했고, 제작자들에 의해 난도질당한 채 구천을 떠돌게 됩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2008년에 복원한 프린트로 감상하는 롤라 몽테스는 멋있습니다. 마치 ‘시네마 천국’의 세상으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1955년도에 관객들이 시각적으로 이렇게 화려한 영화를 보았던 것일까 믿겨지지 않습니다. 선명한 원색과 스펙터클한 장면들. 관객들은 서커스 장에 들어온 관객들 외부에서 영화를 지켜보고, 서커스와 동시에 롤라의 과거 이야기를 바라보게 됩니다. 한 커트, 한 커트, 공들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롤라 몽테스는 영화란 시각적으로 어떠해야 하며, 장면 하나를 연출할 때마다 고심한 막스 오퓔스의 창조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바로크적인 화려함. 유연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워크는 롤라 몽테스의 백미입니다. 크레인 위에서 매끄럽게 움직이는 카메라는 롱 테이크로 이어지는 커트를 통해 인물들의 심리 상태와 그들 간의 긴강감, 거대한 군중들까지 한꺼번에 담아냅니다. 그런 연출에서 ‘영화다움’이 느껴집니다. 고전 영화의 멋이란 이런 것입니다.

크레딧 타이틀 _ 영화가 끝난 후 롱 테이크를 유지하면서 우아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워크는 아름답습니다. 유사한 캐릭터를 롱 테이크의 미학으로 담아냈던 배창호 감독의 황진이가 떠오릅니다. 황진이를 통해, 롤라의 삶을 통해 예술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는 감독들의 예술관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루키노 비스콘티가 찍은 루드비히의 음울한 세계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두 감독 모두 바로크적인 화려함을 스크린에 투영했지만 비스콘티가 비극적인 유미라면, 막스 오퓔스는 행복한 탐미를 꿈꾸었나 봅니다. 한 가지 또 다른 우연은 같은 해 장 르누아르도 프랑스로 돌아와서 현란한 춤과 무대로 치장된 프렌치 캉캉을 찌었다는 사실입니다. 1955년도에 프랑스 관객들은 스크린 속에서 화려한 레뷔를 볼 수 있는 행복을 누렸던 것입니다. 롤라 몽테스. 시원하게 복원된 칼라 화면을 통해, 필름이 주는 고전영화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tip 1. 배우들을 보는 즐거움 또한 놓칠 수 없는 재미입니다. 타이틀 롤을 맡은 마르틴 카롤은 실제 롤라 몽테스와 느낌이 아주 유사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쿠오바디스에서 네로 황제 역을 맡았고, 나이가 들어서는 나일 살인사건에서 푸아로 탐정 역을 맡았던 피터 유스티노프가 우렁찬 목소리로 영화를 안내하는 사회자 역을 맡았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막스 오퓔스와 마찬가지로 나치 치하에서 도피한 안톤 월브록은 동병상련을 겪으면서 같이 작업했나 봅니다. 윤무(La ronde), 쾌락(Le Plaisir) 등을 같이 찍었고, 분홍신에 나왔던 그의 모습 역시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오스트리아 출신이며, 트뤼포의 줄과 짐에서 줄 역을 맡았던 오스카 베르너. 빼놓을 수가 없지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함께 읽기: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프로그램 디렉터 장 프랑수아 로제에게 듣는롤라 몽테스 복원 이야기 보기 [클릭] 이 글이 재미있으셨다면 손가락 버튼을 눌러 추천부탁합니다^^(로그인 불필요)



영화감독들이 추천한 영화들과 함께 영화상영이 끝난 후, 감독과 관객의 대화시간이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영화세미나도 준비되어 있으니 홈페이지에서 둘러보시길! 서울아트시네마[바로가기] 홈페이지.
조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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